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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찾아주기’ 동분서주 지하철 유실물센터 사람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 29. 10:53
‘주인 찾아주기’ 동분서주 지하철 유실물센터 사람들… 충무로역·시청역 센터엔 6천~7천 건 쌓여 있어

▣ 글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서울 충무로역 유실물센터에서 일하는 김진선 대리(53)는 지난해 12월3일 오전 10시 유실물을 확인하던 중 돈뭉치가 든 가방을 발견했다. 동작역에서 온 허름한 가방에는 현금 250만원과 미화 3천달러가 들어 있었다. 가방을 뒤져보니 여권이 나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수르 루지브라는 사람의 것이었다. 김 대리는 즉시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그런 사람 (찾을 수) 없다”는 냉랭한 대답이었다. 김 대리와 직원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봤다. 환전영수증에 적힌 ‘농협 장평 지점’이 단서가 됐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강원·전남·경남 3곳이 나왔다. 3곳의 지점에 전화를 한 끝에 경남 거제시 장평농협 외환담당자에게서 같은 이름으로 환전을 한 사람이 있었다는 확인을 받을 수 있었다.


△ 서울 시청역 유실물센터. 유실물은 1년6개월간 이곳에서 주인을 기다린 뒤 장애인단체 등으로 전달된다.

잔디깎기 기계, 어디서 온 물건인고

환전 당시 적어낸 번호로 전화를 하니 자수르 루지브의 친구가 받았다. 그는 “자수르가 내일(4일)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줬다. 오후 1시. 한 외국인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유실물센터의 문을 열었다. 김 대리가 혹시 하는 마음에 인사를 하며 가방을 들어 보이자 그는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고향에 있는 가족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3년간 번 돈이었다. 그는 서툰 한국말로 “내일 출국해야 하는데 돈을 못 찾아 죽고만 싶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대리와 다른 세 명의 직원들도 그의 모습에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김 대리는 “한국을 떠나는 그에게 좋은 선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에 621만여 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1~8호선)에서는 평균 140여 건의 유실물이 발견된다. 이 중 약 70%가 주인에게 돌아간다. 유실물 중 대다수는 가방이다. 승객이 선반 위에 올려두고 그냥 내린 물건이다.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 등 전자제품과 지갑, 의류 등이 그 뒤를 잇는다. 도대체 저런 물건을 어떻게 잊고 내릴까 싶은 것들도 적지 않다. 충무로 유실물센터에는 크기가 책상만 한 개집과 사람이 타고 운전할 수 있는 잔디깎기 기계도 있다. 잊고 내린 것도 놀랍지만, 애초 지하철에 들고 탄 과정부터가 궁금해지는 물건들이다. 한 직원은 “이런 것은 지하철에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라고 말했다.


△ 충무로역 유실물센터에 붙은 공고.

귀중품은 경찰로, 빵은 하루·고추장은 한 달

서울지하철에는 모두 4곳의 유실물센터가 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시청역(1·2호선)과 충무로역(3·4호선), 서울시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왕십리역(5·8호선)과 태릉입구역(6·7호선)에 각각 있다. 분당선·일산선·안산선·과천선 등 서울~경기 연결 노선을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KORAIL)는 성북역, 구로역, 병점역, 대곡역, 안산역, 부평구청역, 선릉역에 유실물센터를 두고 있다.

유실물센터 직원들은 유실물이 접수되면 물품 사진을 찍어 각 공사 홈페이지에 올린다. 연락처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 주인에게 연락을 한다. 현금과 휴대전화 등 귀중품은 7일간 보관한 뒤 경찰에 넘긴다. 그 외의 것들은 법정 보관 기간인 1년6개월 동안 창고에 보관한다. 보관 기간이 지난 물품 가운데 쓸 만한 것들은 한 달에 한 번 장애우 단체나 비영리법인에 무상으로 전달한다. 보관 기간을 지키기 곤란한 물품들도 있다. 음식물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이 매일 상했나 안 상했나 확인하고 보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도시락과 빵 등 쉽게 상하는 음식물은 하루가 지나면 즉시 폐기하고 고추장, 된장, 간장, 식용유 등은 일주일에서 한 달간 보관한 뒤 폐기한다.

유실물센터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월요일이 가장 바쁘다. 주말에 모인 유실물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유실물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는 물건을 찾을 수 없을까? 아니다. 각 역에서 수거한 유실물은 다음날 오전에 한차례 유실물센터로 보내진다. 그전까지는 해당 역에서 보관한다. 또 공사 홈페이지에 유실물 사진을 직접 올리는 역도 많아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은 일단 역에 문의하거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 각 역에서 수거된 유실물은 다음날 유실물센터로 접수된다.

간혹 물건을 찾을 때 혼선이 생기기도 한다. 서울메트로와 한국철도공사의 운영 구간이 1·3·4호선에서 일부 겹쳐 그렇다. 1호선에서 발생한 유실물이 모두 시청역으로 모이는 것도 아니다. 같은 1호선이라도 청량리행 지하철에서 발생한 유실물은 시청으로 접수되지만, 성북행이나 소요산행은 성북역으로 접수된다. 3·4호선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 교통국은 오는 6월까지 유실물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실물센터를 찾는 사람들의 유형은 이곳에 모이는 물품만큼 다양하다. 물건을 잃어버린 스트레스를 유실물센터 직원에게 푸는 ‘버럭형’이 있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며 물건을 찾아달라고 애원하는 ‘읍소형’도 있다. 명품 지갑을 주워 자신의 해진 지갑과 내용물을 바꿔치기 한 뒤 유실물센터로 들고 오는 ‘얌체형’이 있는가 하면, 가방을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고 와 노트북을 내놓으라고 말하는 ‘사오정형’도 있다.

찾아줘도 ‘버럭’, 딴 거 내놔라 ‘사오정’

충무로역과 시청역 유실물센터에는 각각 6천~7천 건의 물품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주인이 찾아가겠다고 하고는 찾지 않는 물건도 각각 500여 건에 이른다. 물건이 들어왔다고 유실물센터 직원이 알려주면 모두가 “고맙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왜 지갑만 있고 돈은 없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택배로 보내달라’ ‘그냥 버려라’라는 말을 들을 때는 우리가 왜 그렇게 애타게 주인을 찾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허탈하기도 합니다.” 시청역 유실물센터에 근무하는 변상분씨의 말이다. 변씨 책상 옆 임시 보관대에는 ‘주인이 찾아가겠다고 함’이라고 적힌 유실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버스는 떠나고…

지하철·버스·택시에 두고 내린 물건 찾기… 휴대전화 주으면 우체국으로

아차차, 지하철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 문은 이미 닫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열차 번호와 시간, 가능하면 ‘4-3’ 등의 출입문 번호를 확인하자. 때를 놓쳤다면 곧바로 역무실에 가서 물어본 뒤 이를 확인해 신고한다. 그래야 역무원들이 종착역에서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물건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됐다면? 당일이면 일단 종착역 홈페이지를 확인해보자. 공사별 유실물센터에 미리 연락해두는 것도 좋다. 유실물센터에는 다음날 아침에 주인 잃은 물품들이 들어온다. 주말에 ‘수거’한 물품은 월요일 아침에 들어온다.

버스와 택시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면? 지하철보다는 복잡하다. 다른 승객이 가져갈 확률도 지하철보다 높다. 버스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면 노선 번호와 시간대를 떠올려보고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각 버스 업체가 습득한 유실물 정보는 이곳으로 모인다.

택시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면 운전기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택시의 차량 번호와 업체명을 기억하는 승객은 많지 않다. 가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유실물을 맡겨두는 운전기사도 있다. 택시에서 내릴 때 영수증을 받아두면 사업자 연락처가 있으므로 유실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터넷 정보제공 업체인 유실물종합정보센터(www.lost114.com)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게시판에 오른 내용을 보고 ‘내가 갖고 있다, 돌려주겠다’고 하면서 사례금만 받아 가로채는 일도 간혹 발생한다. 혹시 휴대전화를 줍게 된다면? 가까운 우체국으로 가자. 물건의 주인을 찾아줄 수 있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 기종에 따라 5천원에서 3만원 상당의 상품도 받을 수 있다.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을 때, 택시기사와 ‘흥정’하는 게 힘들다면 “우체통에 넣거나 우체국에 맡겨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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