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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친구는 공부에 영향을 주는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6. 07:54
지난 여름 방학에 병만이는 집에 있는 것이 따분하기도 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 도와 공부도 할 겸 재진이와 함께 남산 시립 도서관에 다녔습니다. 그런데, 재진이는 여자 친구인 수정이를 도서관에서 자주 만났습니다. 공부를 하다가 지루할 때면 재진이는 수정이와 함께 남산 산책도 하고 출출해지면 떡볶기 집에도 같이 가고 했습니다. 가끔 병만이도 그 둘을 따라 분식집에 가기도 했는데, 얘쟤하면서 다정하게 구는 재진이와 수정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병만이는 여간 부럽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에는 간식을 마치고 도서관에 돌아와서도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고 쓸 데 없는 잡념만 무성하게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재진이와 평소와 다름없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인데……. 방학이 끝나 2학기 개학을 하고도 한참 동안 병만이는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여 갈팡질팡하였습니다. '재진이처럼 예쁜 여자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병만이는 이런 저런 상상에 빠져드는 날이 점차 많아 졌습니다. 병만이는 부모님을 졸라 여러 벌의 최신 유행 옷도 사고, 머리 염색도 하고 무스를 발라 모양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치던 날, 병만이는 재진이 소개로 미팅을 했는데 별 볼일 없었습니다. 수정이 만큼은 예뻐야 하는데, 병만이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습니다. 올 한 해가 다 저물어가고 고3이 눈앞에 닥쳤는데 병만이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공부도 변변히 못했고, 여자 친구도 아직 없습니다. 오늘도 마지못해 책을 펴고 앉았습니다만 책 속의 글이 병만이의 머리 속으로 쏙쏙 들어오지 않습니다. 병만이는 라디오를 켭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음악은 흐르고 밤은 점점 깊어 갑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학생 면담을 기초로 하여 쓴 것으로 사춘기 학생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이성 교제 당사자인 재진이보다 오히려 주변인인 병만이가 더 큰 심리적 불안 상태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의 차이' 때문입니다.

재진이와 수정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웃에 살며 자연스럽게 사귄 친구입니다. 그래서 서로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병만이에 비해 덜합니다. 누구나 밥 먹으면 똥 누고, 자고 나면 눈곱도 끼고, 땀 흘리면 냄새나고, 심심하면 꺼억 트림도 하고 가끔 방귀도 뀌죠. 그게 남자나 여자나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재진이와 수정이는 오랜 만남을 통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만이의 생각에는 여자란 '아카시아 향기가 늘 넘치는 싱그럽고 화사한 존재'입니다. 남성 호르몬이 충만한 시기이니 오죽하겠습니다. 등교길 우연히 스쳐지나간 어떤 여학생의 비누향이 하루종일 코끝에 맴돌아 칠판 글씨가 부옇게 보일 정도니 그 날 공부 하기는 틀렸습니다.

이성 친구와의 만남에 대한 통계를 내었습니다.(K고와 M여고 500명 대상) 이성 친구를 사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최상위권 학생은 남녀 평균 24% 정도였고, 중위권은 43%, 하위권이 56%로 나와 이성 친구와의 만남에 대한 적극성은 하위권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성 친구를 사귀는 동안 공부에 지장이 얼마나 있었는지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물었는데 최상위권에 속한 학생의 42%, 중위권에 속한 학생의 40%, 하위권에 속한 학생의 23%가 '방해가 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이성 친구와의 만남이 '공부에 큰 지장이 없다'고 답한 학생들도 약 50%정도 있었기 때문에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이 반드시 공부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이성 친구와의 사귐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10%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역시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되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공부에 도움이 된다'라고 답한 학생은 하위권에 속한 학생들이 상위권 학생들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이성 친구가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하였습니다.

(문) 현재 이성 친구가 없다면 사귀어 보고 싶습니까?

 
(답) 표 참조

이성 교제 경험 유무에 관계없이 '현재로서는 관심 밖이다'라고 대답한 학생은 15%입니다. 그들은 진정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의지의 표명인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나머지 85%의 학생은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친구'라 함은 순수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입니다. 그것은 동성 친구이든 이성 친구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동성 친구와는 함께 발가벗고 목욕을 할 수 있지만, 이성 친구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이성은 친구는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려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덥다고 해서 무조건 옷을 벗고 나다니지는 않습니다. 오줌 마렵다고 아무 데나 실례를 하지는 않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 절제할 줄 아는 사람, 그것이 이성(理性)을 가진 사람입니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자신의 의지로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것입니다.

사춘기에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불처럼 일어나지만 차가운 이성으로 식혀야 합니다. 인생의 첫 키스는 단 한 번뿐입니다. 그것은 일찍 한다고 해서 더 좋은 것도 아니요,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때가 무르익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춘기에는 신체적 성숙이 거의 완성되지만 사회적 성숙은 아직 요원합니다. 청소년은 경제적인 능력, 법적인 신분, 사회적 지위 등등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춘 것이 없습니다. 때가 되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그것들을 획득해야 합니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비극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능력과 사회적인 지위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획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이나 사회적인 지위를 빌어 손쉽게 사는 사람들은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쾌락적 삶에 빠지기 쉬우며, 쾌락적 삶은 말초적 행복감을 줄 수 있지만 길게 가지 못합니다. 그들은 새롭게 도전할 그 무엇이 없기 때문에 변태적인 삶을 살다가 젊은 나이에 스스로 망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들게 노력하여 얻은 것일수록 소중한 법입니다. 허황한 삶을 꿈꾸기보다는 현재의 위치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일, 그것이 보람된 인생을 사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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