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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려면 잠을 얼마나 자야할까?(학생들을 위한 조언)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9. 00:49

제가 중학생이었던 시절 밤 10시가 되면 '청소년 여러분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하는 캠페인 방송이 거리에 울려 퍼지곤 했습니다. 자정 이후 새벽 4시까지는 통행 금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늦은 밤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보통 밤 9시만 되면 전등불 끄고 잠을 잤습니다. 텔레비전 있는 집이 많지 않아서 다른 가정도 대부분 우리 집처럼 일찍 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음 날 먼동이 틀 무렵 닭이 우는 소리에 잠을 깨곤 했습니다. 아침밥을 여유 있게 먹고 코스모스 핀 등교길을 맑은 공기 마시며 걸어가는 일은 참으로 상쾌한 일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졸거나 자는 따위의 일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잠은 불을 끄고 조용할 때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스르르 자는 것이었지, 밝은 대낮에 그것도 선생님께서 침 튀기며 가르치는 수업 중에 잘 수 있다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정신이 맑으니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쏙쏙 잘 들어오고 칠판 구석에 쓴 글씨하나 놓치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진학 후 거의 강제적으로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때부터 졸리면 어떻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눈은 초점이 풀리고 머리 속은 개구리알이 가득 찬 것처럼 희뿌옇고, 아! 괴롭더군요. 그래도 턱을 바짝 치켜들고 칠판을 응시하면서 졸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꾸벅꾸벅 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업 중 졸음과 싸우는 시간이 많을수록 그에 비례하여 모르는 것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낮에 못한 공부를 만회하려고 밤이 늦도록 혼자 공부해야 하고, 다음 날 더 졸리고……. 악순환이었습니다. 결국 인근 학원 수강증을 끊어 담임 선생님께 보여 드리고 일찍 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었습니다. 학원은 핑계였죠. 다음 날부터 예전처럼 일찍 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 후로 떨어졌던 성적을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전에 비해 고등학교 학생 학력 수준이 10점 정도 하락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학력 저하 체감지수'는 그보다 더 큽니다. 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조는 학생이 많아진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수업 중에 얼마나 많이 조는가?'라는 설문 조사(고3 500명 대상)에서 '거의 졸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4명 중 1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3명은 매일 1시간 이상을 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하위권에 속한 학생의 90%는 수업의 1/3 이상을 졸거나 자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졸음에도 경중(輕重)이 있습니다. 수업 내용이 단조롭거나 재미가 없을 때 찾아오는 것은 '가벼운 졸음'입니다. 가벼운 졸음은 선생님이 주의를 주면 달아납니다. 그렇지만 육체적 피곤의 누적으로 인해 쏟아지는 '무거운 졸음'은 쉽게 물리칠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 새에 가히 '혼수상태'라고 할 정도로 심하게 조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들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 거의 매일밤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는 학생들입니다. 고3이라 대학 입시 공부하느라고 늦게 자서 그럴 것'으로 예상했지만 제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설문 조사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하다'고 답한 학생은 14%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딴 짓을 하다가 그냥 늦게 잔다'고 응답한 학생이 거의 절반에 이르더군요. 여기서 '딴 짓'이란 TV 시청, 컴퓨터 게임, 채팅, e-mail 주고받기 등의 잡다한 일을 말합니다. 특히 인터넷 게임에 빠진 학생들은 한숨도 못 자고 날이 밝아 등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장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인 3학년도 그와 같으니 하급생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딴 짓을 하지 않고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일지라도 너무 늦은 심야에 공부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4당(當) 5락(落)'(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불합격)과 같은 전혀 근거가 없는 헛소문에 현혹되어 졸음을 참고 심야 공부를 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됩니다.

평소 6시간을 자던 어떤 학생이 수면 시간을 줄여서 4시간만 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수면 시간은 무려 33%이상 줄었습니다. 그 대신에 깨어있는 시간은 18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어납니다. 그 모든 시간을 공부하는 데 쏟아 붓는다고 해도 겨우 10%의 학습 시간이 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리해서 잠을 줄이는 것보다는 일과 중의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과거에 비해 우리의 생활 패턴이 심야형으로 많이 바뀐 것은 사실입니다. 심야 영업을 하는 점포들이 날로 늘고 있으며, 그에 비례하여 사람들의 아침잠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사회의 그 어떤 기관보다도 가장 일찍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회의 생활 패턴에 맞추어 생활하면 학교 일과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한 두 시간 정도 일찍 자고 일어나야 합니다.

충분한 수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는 것입니다. 규칙적인 수면을 오래 지속하면 알람시계를 맞출 필요가 없어집니다. 늘 잠에서 깨던 시간이 되면 우리 몸의 생체 시계가 작동하여 눈이 저절로 떠지게 됩니다. 또한 규칙적인 수면을 하게 되면 뇌에서 정신을 맑게 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리듬감 있는 생활은 여러 모로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사실 학교에서의 수업은 재미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공부가 '재미있으면 하고 재미없으면 말고'하는 오락은 아닙니다. '공부'는 '생활'입니다. 입맛이 없어 밥 먹기가 싫어도 배고플 때를 생각해서 식사를 하는 것처럼. 공부가 하기 싫을 때도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합니다. 밥이 먹기 싫다고 굶는다면 계속 살 수 없는 것처럼 공부하기 싫다고 아예 공부와 담을 쌓는다면 그 역시 계속 살 수 없습니다. 몸은 살아도 정신이 죽습니다. 설령 돈 많은 부자가 된다해도 정신의 가난뱅이로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돈을 태워 버리면 범죄입니다. 마찬가지로 배움의 기회가 있는데 걷어 차 버리면 그 역시 큰 죄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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