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상식 자료실
대한광업진흥공사의 황금맥 찾기 본문
‘금의 나라’ 한국! 골드러시 시작됐다 |
금 불모지대로 여겨온 전남 해남에서 고품위의 금광이 발견됐다. 확인된 금광 매장량은 139만4000t(순금으로는 5.4t, 493억원어치). 이로써 1998년 이후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금을 올해부터 다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해남 외에도 태백산 일대 등 여러 곳에서 금광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연 한국은 세계적 금 생산국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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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 동아일보신동아기자 > ojong@donga.com |
장처장의 지휘 아래 광진공 기술진은 며칠 동안 사진을 면밀하게 조사한 끝에 금광이 있음을 의미하는 여러 간접 증거를 찾아냈다. 놀랄 만한 결과였다. 원래 이곳은 납석을 채굴하던 광산이 있던 곳으로 15년 전부터 금이 있다는 소문만 나돌았을 뿐 그 누구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버려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인 광상(鑛床)이론에 의하면 해남과 같은 화산지대에서는 금이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맥이 있다니…. 과거에는 자원을 개발할 때 사람이 직접 자원을 탐사하거나 비행기로 사진을 찍는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의 자원탐사에서는 거의 인공위성을 이용한다. 인공위성의 카메라는 1m 크기의 물체까지도 식별할 정도로 성능이 발전해, 금이나 은 등 땅속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제공해준다. 물론 인공위성이 직접 금을 찾아주는 것은 아니다. 첨단 컴퓨터 탐사 기기를 장착한 인공위성은 조사 대상지역에 존재하는 단층, 절리, 암맥의 구조선 등을 찾아낸다. 땅 위의 틈은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위성 사진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바로 이런 틈 속에 지하자원이 숨어 있거나 틈을 따라 지하자원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사진에서 이런 틈이 나타나면 지하자원 탐사가들은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다. |
채산성 없는 금은 그림의 떡 | |
다음에 해야 할 일은 현장 지질조사다. 예를 들어 금을 찾는 탐사가들은 주변의 지질환경은 어떤지, 차돌 속에 금이 들어 있는지, 지하수에 금이 녹아 있는지 등을 조사한다. 광물에 박혀 있는 미세한 금 입자를 찾기 위해 전자현미경을 들이대고, 전파를 땅밑에 쏘아 지하구조를 측정하기도 한다.
순금광석들 |
노다지는 “노 터치” | |
사실 금은 개도국이나 중위권 국가보다는 선진국에서 더 많이 생산해낸다. 전통적으로 다이아몬드와 금광으로 유명한 남아공이 2000년 기준으로 428t으로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이어 미국(328.4t), 호주(290.8t), 중국(172.8t), 캐나다(158.4t), 러시아(125.9t) 순이다. 알래스카에서 발견된 노천금맥 |
황금에 매료당하는 이유 | |
여기서 금이 하고많은 광물 중에서 왜 통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사람들은 왜 황금에 매료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기로 하자. |
노다지 금광의 조건 |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은 수요의 측면에서 여전히 희소성을 자랑한다. 지질학자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의 양을 10억∼20억t 정도로 추정한다. 지각 1t당 함유량으로 환산하면 2∼5mg에 지나지 않는 희귀한 금속인 셈. 따라서 암석 1t당 금이 5g 이상 들어 있으면 광산으로 개발할 가치가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광진공의 장병두 처장은 이번에 개발된 해남의 은산광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화암동굴에 있는 금광석. 반짝이는게 금이다 |
황금의 나라가 될까 |
이렇게 과거 금의 산출이 전혀 없거나 희박하다고 생각하던 암석이나 광물에서 대량으로 금이 함유돼 있음을 밝혀내는 방법을 이른바 ‘신(新)광상이론’이라고 한다. 광진공의 장병두 처장은 천열수 광상도 신광상이론에 의해 인공위성을 동원해 포착해낸 쾌거라고 말한다. 또 신광상이론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금소식을 기대할 만한 곳은 여러 곳 있다. 장처장은 강원도 태백산 광화대 지역(삼척, 태백 등)에서도 신광상이론에 의한 노다지형 금맥을 발견하고 현재 정밀 확인조사 중이라고 귀띔한다. “현재 위치를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강원도 태백산 분지의 석회암 분포지에서 신광상이론으로 ‘칼린형 금광상’(Carlin type Au Deposits)이 발견됐다. 이 칼린형 금광상의 경우 미국 네바다 주의 칼린형 금광상과 구조가 똑같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금광상에서 세계 제2위의 금생산국인 미국의 총 금생산량 중 70%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금이 칼린형 금광상에서 나온다는 뜻. 칼린형 금광상의 경우 금은 주로 석회암석에서 박테리아 크기만한 극미립 형태로 산재해 있다. 물론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전자현미경으로 그나마 볼 수 있는 정도여서 ‘보이지 않는 금(invisible gold)’으로 불린다. 아무튼 칼린형 금광상은 석회석 안에 먼지처럼 산산이 뿌려져 있는 모양이지만 석회석과 금을 분리해내는 기술이 발달해 채취가 오히려 쉬운 편이라고 한다. 현재 칼린형 금광상에서 생산되는 금이 전세계 금생산의 10%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국가적인 지원으로 20여 개의 칼린형 금광상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칼린형 금광상과 비슷한 것으로 ‘스카른 금광상(Gold Skarn Deoposits)’도 있다. 석회석에 규소, 마그네슘, 칼슘 같은 원소가 반응하여 생긴 동, 철, 연, 아연, 중석 등을 스카른 광물이라 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금이 함유된 스카른 광물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태백산 거도광산 부근 등 두 군데서 스카른 금광물이 발견됐다. 스카른 금광물은 규모면에서는 칼린형 금광상보다는 작으나 금이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아서 발견하기는 더 쉬운 편이라고 한다. 24년간 오직 국내 자원탐사에 한평생을 바쳐온 광진공 장병두 처장은 우리나라 금생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남에서 올해부터 금이 생산되고 태백산 일대에서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나돈 이후 금광산에 호기심을 보이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제는 망치 들고 금을 찾는 재래식 방법으로 금을 찾으려다가는 99% 이상 실패하고 만다. 대신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정확한 조사자료를 가지고 금맥을 찾아나선다면 벤처기업에 투자해 성공하는 확률보다 더 높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금생산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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