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기침·가래에 효과있는 배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고 한의학적으로는 ‘조금(燥金)’의 기운을 가진 계절이다. 울창하던 나뭇잎들이 서슬퍼런 칼날의 기운에 시들어 떨어지고 건조해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인체에서는 폐가 금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건조한 것보다는 윤택한 것을 좋아하는데, 여기에 가장 좋은 과일이 배이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이 있을 때 배를 많이 사용해 왔다.

배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수분이 80% 이상이고, 과당, 사과산, 주석산 등의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어 갈증 및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비타민 B와 C, 섬유질 및 소화효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배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당뇨 및 혈압 수치를 떨어뜨리는데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동의보감에서는 배를 이(梨), 이자(梨子)라고 한다. 성질이 차며 맛이 달고 약간 시며, 열을 없애고, 가슴 속의 열을 헤쳐서 답답한 것을 멎게 한다. 소갈을 멎게 하는데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갈증에 더욱 효과적이며, 술 마신 뒤의 갈증 또한 치료한다.

마른 기침, 갑자기 나는 기침에 주로 쓰며 기침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는 배의 속을 파고 꿀을 넣어 쪄서 식혀 먹으라고 했다. 또는 배 3개와 설탕 20g을 달여 먹어도 좋다. 목이 쉬어 말을 못 할 때에도 좋으나, 다만 많이 먹으면 속을 차게 하므로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산모는 적게 먹으라고 하였다.

배는 과일 중 차가운 성질에 속하므로 평소 열이 많거나 속이 더운 사람과 비만증인 사람에게 좋으며, 연육효소가 들어 있어 고기 먹고 체한 경우나 후식으로도 좋다. 또한 수분이 풍부하면서 칼로리가 낮고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변비를 예방해 주므로 여성들의 미용에도 좋다.

사람을 흔히 소우주라고 한다. 우리 몸 안에 온전히 사시사철의 이치와 변화를 다 담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대우주인 자연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연의 기운이 건조해지는 가을이 되면 이러한 건조한 기운에 의해 질병이 발생된다. 이럴 때 가을의 과실인 배를 이용하여 가을의 건조함을 무사히 잘 넘기고 겨울을 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파이낸셜뉴스/강남경희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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